창업을 마치고,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며

Created at 2025년 07월 14일

Updated at 2025년 07월 14일

By 강병준

창업

2025년 6월 5일, 창업 초기 멤버로 합류한 날이다.

정확히는 6월 3일에 시작해서, 2일간 아무것도 없던 사무실에 팀원들과 함께 책상을 사러 다니고, 에어컨도 사고, 기타 물품들을 구비하기 시작해서 6월 5일부터 일을 시작했다. (이틀동안 와이파이 없는 개발자의 무력함을 경험했다.)

창업 초기 멤버로 합류하겠다는 결심을 하기 전, 주변 많은 사람이 “지금 창업을 하는 건 너무 위험한 거 아니야?”, “그래도 일단 회사에 취업해서 경력 좀 쌓고 창업 해도 늦지 않다.” 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그치만 난 창업이라는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뭐 무지막지한 이유는 아니고 그냥, 사용자들과 가장 가까이서 제품을 만들면서 검증받고 피드백 받는 사이클을 경험하고 싶었다. 그리고 팀원들이랑 치열하게 토론하면서 임팩트를 만들어내는 경험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창업 초기 멤버로 합류했다. 시니어 개발자도, PM도 없이 4명의 신입으로 구성된 팀원들과 함께. 두둥탁

도전

처음에는 너무나 막막했다.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그리고 나는 어디까지 책임을 가져야 할 지?.. 사실 이건 너무 쉬운 답변이긴 하다.

“다”

그냥 다 하면 된다. 근데 전과는 다르다. 이전에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혼자 다 하려고 했고 이번에는 혼자가 아닌 “팀원들과 함께 다” 하면 된다.

그래서 팀원들과 함께 하나 둘 씩 이어나갔다.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하며 요구사항을 만들어 나가고, 또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요구사항을 기반으로 페르소나를 정의하고 저니맵도 만들어 나갔다. (이때 기획을 하면서 기획의 많은 부분을 배울 수 있었는 듯하다)

그리고 더 나아가 디자이너분과 함께 디자인에 참여도 하고, 그리고 일정에 맞춰 개발하고 피드백하고, 검증받고 다시 구현하고를 반복했다. 반복하기를 5개월이 지날 무렵 우리 팀은 끝내 MVP를 시장에 출시할 수 있었다.

사실 이전까지의 프로젝트들에서는 서비스를 책임지고 사용자들에게 제공해주지 못했었는데, MVP를 출시하는 것이 너무 감격스러웠다. 심지어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에 배포한 것이라 그런지 더 감격스러웠다. 음하하하하하하하하

진짜 너무 감격스러워서, 이곳저곳에 이거 내가 만들었다~~ 하면서 자랑하고 다녔다.

성장

창업 팀에서 프론트엔드 엔지니어로서 그리고 팀원으로서 많은 부분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

고객중심

고객중심이라는 단어가 창업 팀에서의 활동을 계기로 더욱 와닿게 된 것 같다.

이전까지는 단순히 내가하는 “이 작업이 사용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기준으로만 생각헀었다. 하지만 고객중심은 작업과 고객만 놓고 보는 것이 아닌 작업과 제품과 고객 3박자를 동시에 고려해야만 고객중심 사고가 가능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기존에는 “이렇게 하면 더 편해지지 않을까?”를 생각하면서 팀원들에게 의견을 제시했다면, 이 사고를 도입함으로써 “우리 제품은 혹은 지금 현재 기능이 사용자들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해주기 위한 기능인데, 이렇게 하면 이 가치를 더 쉽고 빠르게 누릴 수 있지 않을까?”로 가치 중심으로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게 되었다.

팀플레이

내가 좋아하는 명언이 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 Alex Ferguson

우리가 속한 팀은 소규모 팀이었기 때문에, 모두가 한 명의 개개인이 아닌 하나의 팀처럼 시너지를 내는 것이 정말 중요했다. 각자 맡은 분야에서는 스페셜리스트로서 책임을 다하되, 다른 팀원들과 협력할 때는 제너럴리스트처럼 폭넓게 소통하고 도와야 했다.

그래서 우리는 매주 수요일 기술 세미나를 진행하게 되었고, 이런 환경에서 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도 내 일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팀 전체의 목표와 상황을 이해하려고 더 많이 노력하게 됐다. 덕분에 내가 맡은 프론트엔드 개발뿐 아니라 다른 영역의 동료들이 겪는 어려움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더 원활하게 협력할 수 있었다.

실제로 알림 기능을 구현할 때, 알림이 전송되지 않는 원인을 찾으려고 서버 개발자와 함께 사무실에서 밤을 새면서 해결한 경험도 있다. 이게 아무래도 기술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서버에 대한 지식이 조금은 생겨서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과거 대학생 시절을 되돌아보면, 프로젝트에서 “내가 캐리 할 테니까 따라와!” 라고 자신만만해 하며 내가 모든 것을 짊어지려고 했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180°도 변하게 되었다. 창업 팀에서 활동하면서 혼자가 아닌 모두를 믿고 모두와 함께 작업을 해나가는 것이 팀에게 얼마나 큰 가치를 주는지, 시너지를 내는 것이 얼마나 큰 강력함을 내는지를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나의 부족했던 점

많은 부분에서의 성장도 이뤄냈지만 개인적으로 아쉬움도 있는 것 같다.

초기에는 프론트엔드 개발자이자 PM으로서 팀을 이끌었는데 이 과정에서 사람이 아닌 빠른 제품 출시를 위한 개발에만 너무 집중했던 것 같다. 물론 제품을 빠르게 출시하는 과정도 매우 중요했지만, 팀원들과 함께 부족한 부분을 맞춰나가는 시간이 조금 더 많았다면 좋았지 않았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부분이 부족했던 것 같다. 내가 먼저 할 수 있었는데, 너무 완벽하게 하려는 습관 때문인지는 몰라도 내가 가진 부족함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노력하지 못했던 것 같다. 🥲 물론 기술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팀원들과 기술적 토론을 이어나가고 또 기술적 성장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만, 기술적 성장이 아닌 내면적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다음에는 나의 부족한 점을 더 먼저 꺼내놓고, 동료들에게도 솔직히 물으면서 함께 성장해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아래는 함께한 동료들에게 물어본 나의 단점 혹은 부족한 점이다.

  • 스타트업 마인드가 조금 부족했다.

스타트업 초기에는 핵심 가설을 검증하고, 시장 반응을 빠르게 확인하는 게 더 중요했는데 그러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 ‘이 기능이 있으면 더욱 선택지가 많아지니까 더 편리해지지 않을까?’ 와 같은 고민들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놓친 것 같다.

물론 팀원들과의 의견 공유를 하며 기능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결정이 되었지만, 당시 팀과 제품의 상황을 조금 더 고려했더라면 “팀원이 그래도 빠르게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동료의 의견에 나도 더 깊게 공감하고, MVP 단계에서는 과감히 덜어내는 선택을 했을 것 같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는 ‘더 좋은 사용자 경험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서 핵심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속도와 단순함을 우선시하지 못했다.

  • 의욕이 넘치는 건 좋지만 혼자 너무 많은 범위를 케어하려고 했다.

생각해보면 프로젝트를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내가 너무 많은 범위를 케어하려고 했던 것 같다. ‘다른 팀원들이 개발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겠다.’ 라는 생각 때문에 운영 초기에 문서화나 기타 세팅들을 내가 도맡아서 하려고 했었는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면 팀원들과 함께 하는 게 더 좋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든다.

팀원들과 함께 했더라면 문서의 질이 더욱 높아졌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더욱 활발하게 커뮤니케이션이 오갈 수 있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는 것 같다.

퇴사

2025년 7월 4일부로 퇴사하게 되었다. 사실 팀원들과 함께 제품을 만들고, 시장에 검증받는 과정이 너무 값진 경험이지만 이러한 경험을 뒤로하고 퇴사를 하게 된 건 아무래도 내 좁아진 시야와 성장에 대한 열망이 한몫한 것 같다.

빠르게 증명해나가야 환경이기에 빠른 프로토타이핑을 지속해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코드 퀄리티와는 조금은 거리가 멀어지게 되었던 것 같다. 과거와 달리 급한 경우 코드를 대충 짜고, “아 이거 일단 기능은 정상적으로 구현하니까 다음에 QA할 때 자세히 테스트해보자.”가 많아지게 된 것 같다.

물론 개선하려고 CodeRabbit과 같은 AI 코드 리뷰도 도입해보고, Cursor와 함께 TDD 방식으로 피드백 사이클을 만들어 스스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AI 도구는 질문자의 질문 범위나 행동 범위에 갖히는 듯한 느낌이 생겼고, 개인적으로 지식의 확장에는 한계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다양한 도메인 지식과 개개인의 고유한 가치를 가진 프론트엔드 개발자분들과 함께 치열하게 토론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회사에 이직하고자 퇴사를 하게 되었다.

다시 취준으로 돌아온만큼 앞으로의 여정이 험난하겠지만, 하지만 지금까지는 나를 되돌아볼 시간이 많이 없었기에 이 기회에 나를 돌아보면서 나를 정의하고, 또 나의 부족한 점을 개선해나가면서 더 나은 나로 성장할 수 있게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