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회고

Created at 2026년 01월 02일

Updated at 2026년 01월 02일

By 강병준

2025년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회고를 작성하는 시간에 공부하자’라는 생각으로 회고에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하반기에 퇴사라는 큰 이벤트를 겪고 나니 문득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싶어져서 회고를 쓰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그 의미를 알지 못했지만, 회고를 통해 지금까지의 노력과 부족한 점이 드러났고, 내가 가야 할 길이 명확하게 보였다. 그리고 회고를 작성함으로써 내가 가진 기반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준다는 것도 알게 됐다.

앞으로 연간 회고만큼은 꾸준히 작성하기를 다짐하며 2025년을 돌아보자.

나의 첫 제품

대학교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음에도 사용자를 제대로 받아본 적 없는 나는 로컬호스트 개발자였다.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UX 개선을 위해 노력했지만, 매번 이 작업들은 내 만족에 그칠 뿐 사용자에게는 닿지 못했었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다 보니 이 길이 정말 나에게 맞는 길인지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2024년에 창업 팀에 들어가게 되었다. 창업 팀에서의 하루하루는 뜨거운 태양 아래 드넓은 초원의 잡초를 뽑는 것처럼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하나씩 뽑으며 전진했고, 결국 2025년 팀원들과 함께 앱스토어에 정식으로 제품을 출시하고 사용자를 받으며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었다.

사용자 수는 많지 않았지만, 우리 서비스를 이용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지금까지의 나의 노력을 보상받는 것 같았다. 그리고 사용자를 위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앞으로의 방향성이 보였다.

이 글을 읽으면 아직도 그때의 감정이 생생하게 떠오르면서 벅차오르는데, 남들은 현실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도전이 나에게 있어서는 정말 큰 성장 과정이 되어주었다.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었던 창업이라는 경험은 앞으로 내 삶에서 새로운 도전 앞에 섰을 때, 망설이지 않고 한 발 내딛게 해줄 용기가 되어줄 것 같다.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이 생기면 망설이지 않고 도전해봐야겠다.

외부 활동 참여하기

고립되어 있는 게 싫었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늘 궁금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극적인 성격 탓에 다른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걸지 못했는데, 이런 나의 성격을 고치고자 2025년에는 외부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려고 노력했다.

인프런 스터디

회사에서 Next.js를 사용할 일이 있어 학습이 필요했었는데, 예전이었다면 혼자 학습했겠지만 인프런 워밍업 클럽 스터디 4기 - 프론트엔드 (Next.js, CursorAI)을 우연히 알게 되어 참여하게 되었다.

사실 스터디 자체에서는 다른 개발자분들과의 소통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매주 미션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살펴볼 수 있어서 나처럼 소극적인 사람에게는 오히려 좋은 출발점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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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에서 먼저 나서서 꿀팁을 공유해보기도 하고, 운 좋게 우수 러너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리고 멘토님과 커피챗을 하게 된 게 기억에 남는데, 새로운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게 굉장히 긴장됐지만, 막상 이야기를 나누며 그 사람이 일이나 삶을 대하는 태도를 듣는 것이 이렇게 큰 배움이 될 줄 몰랐다.

커피챗을 하고 나서는 이전과는 다르게 다른 사람들은 실제로 어떻게 개발을 하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다른 활동들을 찾아다니게 되었다.

항해 플러스

커리큘럼이 재미있어 보이기도 했고 다른 현직자분들이 많이 참여하신다는 것을 보고 관심을 두기 시작했는데, 아는 지인이 추천을 해줘서 참여하게 되었다. 당시에 나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시작했다.

🔥 목표: 단순히 매주 과제를 해결하면서 나의 실력을 높이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나의 것으로 만들기

항상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했기에, 매주 진행되는 과제 속에서 똑같은 문제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관찰하고 질문하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매주 다른 사람들과 토론하며 함께 만드는 지식으로 기반을 탄탄하게 만들 수 있었다. 혼자라면 알 수 없었던 것들을 정말 많이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항해를 수료한 후 회고 글을 작성하며 기술적으로도 굉장히 많이 성장했다고 느꼈지만, 가장 큰 변화는 마인드셋이었다. 다른 개발자들을 경쟁자로만 바라보던 내가 이제는 함께 성장하는 동료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지금 2025년 마지막을 돌아보면, 항해에서 훌륭한 분들을 많이 알게 되었고 항상 먼저 다가와 주신다는 게 정말 감사하다. 어쩌면 이런 분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게 2025년 가장 감사했던 일이 아닐까 싶다.

인프런 스터디, 항해 플러스 커뮤니티 활동 외에도 다시 깊게 익히는 인사이드 리액트 책에 베타 리딩에 참여하여 원고에 내 의견을 반영하기도 하고, react-native-ota-hot-update, react-native-kakao, claude-code-action, ai 오픈소스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기여하는 재밌는 경험도 했다. 혼자 고립되어 소극적이기만 했던 내가 세상에 조금씩 나만의 색을 칠해가고 있는 것 같았다.

면접에서 배운 성장

면접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배운다고 하는데, 2025년에 봤던 면접들이 나에게 진짜 큰 성장을 안겨준 것 같다. 과거에는 내가 공부한 지식을 단순히 노션에 정리하고 질문에 대한 답을 나열한 후 암기하는 방식으로 면접을 준비했다. 예를 들어

Q: React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A: React는 …

이런 질문들을 미리 준비하고, 저 질문에 대한 답변을 혼자서 주르륵 적어 나가는 방식으로 공부했었다. 하지만 이 방식은 면접이 끝나고 나서 내 머릿속에 전혀 남지 않는 단편화된 공부 방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단순 암기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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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키워드들을 조각조각 모아 마인드맵을 그리면서 학습했었는데, 이 공부 방식이 굉장히 흥미로우면서도 머릿속에 잘 남았다. 단순히 “React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라는 질문을 들었을 때, 과거에는 어떻게 답변을 시작해야 할 지 망설이고 우물쭈물했다면 이제는 머릿속에 정리된 마인드맵을 가지고 답변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정말 신기했던 게, 이 방식으로 정리하다 보니 내가 지금까지 공부한 모든 것들이 어느 하나 무의미한 게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네트워크를 공부하다 보면 어느 순간 웹의 핵심 키워드들과 연결되고, 웹의 핵심 키워드들이 모여 자바스크립트의 탄생과 리액트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는 사실이 정말 소름 돋게 만들었다.

지금은 업데이트한 지 오래돼서 영역별로 분리되어 있지만, 지금 다시 보니 하나로 다 합칠 수 있을 것 같다.

새로운 환경에서 성장하기

회사라는 조직에 속하면 정해진 일만 해야 하고 제약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Creatrip은 내 기대 이상이었다. 온보딩 과제로 AI Review 시스템을 만들게 되었는데 이때 들었던 말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토큰이나 비용은 신경 쓰지 마시고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해보세요”

다들 AI를 사용할 때 토큰이나 비용을 엄청나게 생각하면서 사용하는 것 같았는데,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적극 지원해주셨다. 그래서인지 AI를 이용한 PoC에 익숙하지 않음에도, 팀에 도움이 되는 AI Review 시스템을 만들고자 다방면으로 도전해볼 수 있었고 이른 시일 내에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물론 처음부터 효과가 있진 않았다. 불필요한 리뷰도 많았고, 필요한 리뷰를 놓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럼에도 팀원들은 적극 피드백을 주며 도와주었다. 팀이 나를 믿어준 만큼 나도 팀에 보답하고 싶었기에 온보딩 과제를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고, 오너십을 갖고 끝까지 개선해서 실질적으로 팀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만들고자 밤낮없이 작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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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2025년 12월 30일 기준 하루에 82번의 리뷰(리뷰 재요청 포함)를 수행하고, 27번의 호출(코드 수정, CI 에러 해결, PR 생성, 이슈 생성 등), 84번의 자동화(버그 탐지 자동화, 사후 리뷰, 피드백 수집 등)를 수행하는 훌륭한 시스템이 되었다. 그리고 AI 덕분에 폭발적으로 생산성이 높아진 지금 이 시기에 팀원들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시스템으로 자리 잡은 것 같다.

또한 이렇게 좋은 시스템이 우리 회사에만 고립되기보단 다른 사람들도 이 도구의 존재를 알고 모두가 AX 시대에 맞춰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회사 블로그에 글도 작성했다. 11월 6일에 작성한 터라 지금과 비교해서 많은 차이가 있지만, 나의 고민을 모두가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입사하고 ‘나의 부족함으로 폐가 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걱정으로만 가득했던 내가 나만의 색을 내며 성장하고 있다는 게 신기하고 모두에게 감사하다. 아직 부족한 점도 아쉬운 점도 많지만, 거인의 어깨 위에서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며 도전하고 성장해야겠다.

마무리

2025년을 돌아보면 고립에서 벗어나 이 세상에 나만의 색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한 해였다.

제대로 된 제품 하나 만들어본 경험이 없던 내가 과거의 트라우마를 극복해냈고, 소극적이었던 내가 먼저 다른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기 시작했다. 혼자 만드는 지식이 아닌 함께 만드는 지식의 가치를 알게 되었고, 다른 사람들을 경쟁자가 아닌 동료로서 바라보는 법을 배웠다. 이러한 경험들을 토대로 회사에서는 아직은 옅지만, 나만의 색을 내기 위해 밤낮없이 달렸다.

2026년에는 더 많은 도전으로 나만의 색을 진하게 칠하며,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해를 보내야겠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